필름 카메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것은 카메라만 보면 (선덕선덕♥) 가슴이 뛰는 사람이 이제껏 써 본 몇 몇의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실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많은 카메라를 써본 것은 아닙니다. 없는 살림에 그나마 써볼 수 있었던 ㅡ 그리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ㅡ 몇 몇의 카메라에 관한 개인적인 고백입니다.
처음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었던 것은 2008년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작고 검은색 벽돌처럼 생긴 아웃포커싱이 잘 된다는 blackbody Canon A35F 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그 카메라가 집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아버지의 카메라’가 그것이었습니다. 빛 바랜 앨범 속 우측 하단에 선명히 날짜가 찍혀있는, 지금 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 사진들을 찍어준 옛날 카메라를 안 방 장롱 속에서 꺼내와 서울 을지로에 있는 카메라 수리점에서 4만원을 주고 고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Canon A35F 사용설명서의 표지
Canon A35F는 ‘자동 카메라’ 입니다. 사용자는 초점을 맞추고 셔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초점 맞추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40mm 1:2.8 렌즈가 붙박이로 박혀 있는 이 작고 아담한 카메라는 뷰파인더조차 아담하여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초점 맞추는 일이 꽤나 고역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시력이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양안 1.5 정도 됩니다. 전역 후 학교 보건소에서 측정했을 때 2.0이었습니다.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2년을 보냈더니) 초점을 맞추는 노란 가이드라인이 흐릿해서 종종 오랜 시간이 걸리곤 했습니다. 초점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반신반의하기 일쑤라 한 장을 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08년은 이미 Canon에서 보급형 DSLR을 히트시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DSLR을 손에 쥐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Canon 400d가 국민 카메라로 각광 받고 있던 때로 기억합니다. 전국민이 사진가가 되어 가고 있던 즈음에, 78년도에 생산되기 시작한 자동 카메라를 쥐고서 초점이 맞았을까 안 맞았을까, 현상/스캔한 이미지는 어떨까를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싫거나 짜증나지 않았습니다. 이 때 느꼈던 불편함은 이후에 쓰게 된 카메라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 깨닫게 됩니다.
반셔터를 누르면 뷰파인더 내에서 실 같은 바늘이 ‘탱ㅡ’하고 올라와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다만 모양새가 그렇다는 이야기 입니다.) 적정 조리개 값을 가리켜 줍니다. 셔터 소리는 너무도 정숙하여 사진을 찍는 사람조차 간신히 들을 정도 입니다. 가볍게 ’쇽’ 소리가 나죠. 이렇게 몇 글자 적어내려가고 있는 중에도 그 셔터 소리가 귓가에 생생합니다.
‘쇽’
Canon A35F는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저의 첫 카메라였습니다. 그리고 이 앙증맞고 투박하고 느린 카메라는 저로 하여금 다양한 카메라의 세계를 탐험하게 만든 인도자였습니다. 이후로 조금씩 돈을 모아서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조금 더 나은 필름들을 사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추후 정리되는 대로 소개해볼까 합니다.
Canon A35F로 담은 사진 몇 장으로 짧은 글의 마무리를 갈음합니다.
(Seoul, 2009)
(Oxford, 2009)
(Oxford, 2009)
(Washington D.C., 2010)
(Jeju, 2009)
(Jeju, 2009)
(Samcheong-dong, 2008)
(Washington D.C., 2010)
(Washington D.C., 2010)
(Jeju, 2009)
(Jeju, 2009)
(Sendai, 2009)
(Seoul,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