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seok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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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lta XE-7, XG-M 사용기

필름 카메라 이야기 (2)를 해볼까 합니다. 이것은 카메라만 보면 (선덕선덕♥) 가슴이 뛰는 사람이 이제껏 써 본 몇 몇의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실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많은 카메라를 써본 것은 아닙니다. 없는 살림에 그나마 써볼 수 있었던 ㅡ 그리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ㅡ 몇 몇의 카메라에 관한 개인적인 고백입니다.


Canon A35F를 손에 쥐고 사진을 찍다보니 아쉬운 점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 rangefinder가 갖고 있는 최소 촬영 거리에 대한 제약 (약 70cm)
-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2.8에 이르다보니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는 촬영이 매우 어려운 점 
- 특히나 역광에 대단히 취약한 40mm 1:2.8 붙박이 렌즈
-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


위의 이유로 다른 카메라를 찾아보게 됩니다.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용이 더 불편하더라도 그래서 한 장을 담는데 더 오랜 시간과 수고가 들더라도 색다른 재미를 위해 다른 카메라를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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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Minolta XE-7을 짧은 시간 동안 사용하면서 저는 대단히 중요한 두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첫 번째는 화각입니다. 제게 50mm의 화각은 너무 비좁았습니다. Canon A35F는 40mm의 화각을 갖고 있는데 그보다 더 시야가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좁아진 시야는 갑갑함을 가져왔습니다. 뷰파인더 내의 세상은 더 없이 선명해졌지만 그 선명한 세상은 ‘좁았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성향에 의존하는 문제로 제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후에 50mm 화각은 다시 찾지 않게 됩니다. (몇 년 후, 한 번 더 50mm 화각을 써 보고는 정말 정말 그 뒤로는 찾지 않게 됩니다.) 50mm 화각이 ‘나쁘다’라거나 ‘못 쓸 화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정된 예산으로 단 하나의 렌즈만을 선택한 점, 그리고 피사체가 대부분 정물과 풍경인 이유로 저는 35mm 라는 화각에 종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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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Minolta라는 카메라 브랜드 입니다. Minolta는 지금 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괜찮은 카메라를 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메라 브랜드입니다. 업으로 사진을 찍는 상업 사진사가 아닌 이상, 저처럼 취미로 이 동네 저 동네 마실 정도 다니며 그리고 간혹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어깨춤에 걸쳐메고 몇 롤의 필름을 소비하는 그런 아마추어에게 딱 적당한 카메라를 만들어 냈습니다. 가격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Canon으로는 AE-1, Pentax에는 Me, Me Super, Nikon에는 FM2, FE2 정도가 저렴한 가격에서 구매할 수 있는 SLR 필름 카메라 입니다. 그러나 Nikon의 바디들은 저렴하긴 하나 Minolta의 X 시리즈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매물도 Minolta에 비해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랬습니다. 지금은 또 다를지 모릅니다.)

최초 출시가를 두고 이야기한다면 이런 표현은 어불성설입니다. Minolta가 보통의 아마추어 취미 사진가들을 위해 만들어낸 카메라는 SR-T 시리즈였습니다. XE 시리즈는 프로 사진가를 위해 출시한 고급 라인의 카메라로서 출시가가 260 - 300 USD에 달했습니다. 물론 렌즈는 미포함, 바디만의 가격입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시대에 Minolta의 X, XD, XE 시리즈 바디들은 약 10만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으로 필름 사진의 매력을 맛볼 수 있게 해 주고 있습니다. 필름 회사들이 도산을 하고, 필름 가격이 상승하고, 심지어 단종되고, 동네에 하나씩 있던 현상소가 문을 닫고, 충무로의 현상소 마저 하나 둘 씩 사라져가는 이 시대야말로 사람들로부터 잊혀져가는 필름 카메라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40여년이 지나 우리는 보다 저렴해진 가격으로 기계적 성능이 뛰어난 카메라를 써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당 수 이러한 중고 카메라들이 이제 노년의 삶에 접어들었다는 점 입니다. Minolta XE-7 이후, 중고로 Minolta XG-M을 들여 사용한 지 3년 째에 와인딩 놉을 돌려도 셔터가 눌러지지 않아 남대문의 어느 수리점에서 5만원을 내고 수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반 년 후, 다시금 같은 증상에 충무로의 어느 수리점에 수리를 의뢰하러 갔을 때 일흔도 넘어뵈는 노년의 주인께서 카메라를 슬쩍 보고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게 사람으로 치면 여든이 넘은거에요. 여든이 넘었으니, 병원에 가서 고친들 그게 오래 안가요.”


다시 XE-7 이야기로 돌아와, 바디와 렌즈를 빌려준 분께 반납하고 10만원을 들여 중고 거래로 Minolta XG-M을 구매하게 됩니다. JCPenney 백화점의 상표가 붙어있는 35mm 1:2.8 렌즈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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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에 구매한 Minolta XG-M은 이후 카메라 가격의 3배를 주고 역시 중고 거래로 구입한 Minolta nMD 35mm 1:1.4 렌즈와 함께 저의 필름 사진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담아준, 저와 함께 동네 마실부터 해외 출장까지 어디에나 함께 한 소중한 카메라로 자리 잡습니다. XG-M을 사용하는 동안 Leica M6와 iiif, Cosina의 Voigtlander Bessa R2, R2A 시리즈, Fujifilm의 Natura Classica, Olympus의 XA2 그리고 Nikon FE2를 사용하게 되지만 언제 어디서나 제 가방 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카메라는 바로 Minolta XG-M 이었습니다. 수많은 사진을 담아낸 XG-M은 몇 번의 고장과 수리를 거쳐 2013년 12월, 파란 창틀이 인상적이었던 호텔 나르시스 (체르마트, 스위스) 앞 길가에서 드디어 은퇴를 하게 됩니다. 영화 ‘친구’의 광고 카피가 ‘곁에 두고 오래 사귄 벗’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4년의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제게 이 XG-M이 그러했고, 소중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 카메라를 은퇴시키려 마음 먹었던 순간이 더 없이 특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고향집 책상 서랍 속에 nMD 렌즈와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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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lta XG-M과 nMD 35mm 1:1.4 렌즈로 담은 사진들로 짧은 글의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대부분의 사진에서 Kodak의 Portra 160NC, 160VC 그리고 차후 생산된 160과 400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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